예술인에게 종교란 죄악이다. 그것보다 더한 슬픔은 없기 때문에.

그건 마치, 철학자가 신앙을 가지는 이상의 불행이기도 하다.

나와 다른 것들은 틀린 게 되어버리는 세상이란 결국 반쪽짜리 아닌가.

그 반쪽짜리 마음에 비추어진 세상은 그래도 동그라미겠지.

남은 반쪽은 미움이 차지하고 있을 테니까.

 

한혜진 ...

 

"머리털을 다 뽑아버릴 테니까." 그 앙칼진 속삭임 후 돌아서

비탈진 골목길을 걸어가는 발걸음을 보며. `어느 드라마였더라?`

극중 윤여정이 어찌어찌하다 비탈길을 돌아내려오며 손에 쥐가 나도록

꼭 쥐고 있던 손수건과 그 발걸음이 떠올랐다.

그게 같은 비탈진 골목길이라 그랬는지, 바로 그 휘청거린 발걸음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윤여정이란 배우가 겹쳐보였다.

 

김민정 ...

 

`이미 나빴는데, 슬퍼졌다고 그게 착해진 걸까?

이 몇 글자를 내 마음껏 써먹기 위해 `정의` 내려진 비슷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몇 시간을 헤맸다. 그러다 엉뚱한 것에서 떠올랐다.

`맞아. 예전에 저 비슷한 걸 얘기한 적이 있었지.`

디자이오사무의 사양을 읽고 가소로움에 했던 얘기가 떠올랐던 것이다.

`겁이 많다는 게 언제부터 착한 것이 됐지?`

맞다. 이미 나빴는데, 이제와 어느 담벼락을 부여잡고 쓰러진들

그게 뭐,

 

한혜진 ...

 

그렇다면 정은이는?

그녀는 분명 착해서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나`의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의 뒤엔 어떤 주. 술어들이 붙을지 모르는 명백한 수동태다.

`그랬으면` 또는 `그러하리란` 미가공의 야릇함인 것이다.

무엇이 거기 들러붙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래서 이것으로도 저것으로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중용의 `미발현`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은이는?

 

`순간이라도 지속성을 잃은 지속체를 지속체라 눈감아줄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만 남게 되었다.

이제 주어질 상황은 받아드릴 운명이 되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역시나 순종적 능동만이 `순순히`가 되어 목을 길게 빼고 꼬나보고 있을 테지.

그럼, 그것은 외부로부터 주어만지는 것일까? 내부로부터 바로 ``로부터

시작될 수는 없는 걸까?

그런다고 그게 순수의 `능동`일까?

 

그렇다. 그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 속에 있는 나도 모르는

수백만의 `` 바로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소종래` 그런다면 결국 ``하나의 나만 남게 되는 것이다.

퇴계는 똑똑히 보았을까?

 

``하나의 나는 선한가? 불선한가?

그걸 아는 자 세상에 있을까? 나는 안다. 그건 너무 쉽다.

주어진 어떤 상황의 결말, 다시 말해 전개 된 후, 그 상황의 결과를 따져보면 된다.

결과가 어떠하냐에 따라 착한 나인지, 나쁜 나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거짓이다. 샌델 그놈이 즐겨 쓰는 속임수다.

충족을 위해선 같은 상황, 똑같은 조건을 먼저 구현해내야 한다. 동 시간에

그건 우리가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될 테니

이후 결과는 이미 다르다. 하여 거짓인 것이다. 해서 고작 `상상` 그 사념의 유희뿐이다.

바로 지금 나처럼. 어떻게 똑같은 걸 두 번 만들어낼 수 있다고

거짓을 얘기할 수 있을까?

그건 네가 `저놈` 보다는 똑똑하겠지란 허영 때문이다.

 

벗겨내고 또 벗겨내다 보면 결국 진공조차 거짓이 된다.

무한대로 벗겨내기만 할 테니. 그렇다면 퇴계는 결국 보지 못하고 죽은 것이 된다.

 

좋은 환경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순종인 것이다. 빌어나 먹으라지.

좋은 외부환경을 끊임없이 만들면 좋은 결과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애초 우린 숟가락 하나 내 손으로 들지 못하는 병신이었군.

 

그러나 이것 또한 참은 아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 말엔 치명적 오류가 있다.

그건 바로 `희생`이란 것이다. 사람들은 간혹 초인적인 `희생`을 해버리니까.

그렇다면 결국 인간 `단 하나의 나는` 선한 것이다. 이렇게 따져들면 또 퇴계는 옳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지만 꾸준히 그러하기를 바라는 그 노력이 바로 선함이다.

때문에 `공부`란 것을 한다고 결말지어야지 끝이 나는 이야기로군.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얘기를 여기하고 있는지 까먹었다.

어디서부터 얘기가 삼천포로 빠진 걸까?

 되짚어보고 싶지만 귀찮아졌다.

 

밝히자면 난, 병이 있다. 단어 하나에서 시작이 되는 병인데 까만 공간

그 발작은 하나의 단어로 시작 된다.

그러다 그 단어가 수십 개로 늘어난다. 단어마다 하얀 말풍선을

가지고 있고 서로서로 대화를 해나간다. 지들끼리 전혀 나와는 상관없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각 단어마다 새끼를 친다.

또 그렇게 늘어난 단어들이 각기 말풍선을 만들고

마치 암세포가 번식하듯 까만 공간에 흩날린다.

그런 거기서 애초 처음 `단어`를 찾기란 너무 귀찮은 짓이다.

 

그렇게 망쳐버린 게 어디 한 둘이어야지... 

 

맞다. 서정은이를 `못된년`으로 치부해 버리고 내 마음속 1등 김민정을

변호하려 한혜진을 억지로 까려고 하다가 이꼬라지가 난 것이다.

그정도로 가시나무새에서 한혜진의 연기력은 훌륭했다.

 

결국 난 한 마리 병신이로군

---

한유경

어쩔 수 없는

멋대로 흐르는

그건 이미

그러한 것들에

주워 담는 후회의 말

어쩔 수 있는

내게로 흐르는

그 뻔한 것들에

주워 담을 필요 없는 말

그러라지 해버리면

이미 그런 모습

알게 뭐야 해버리면

이미 그런 추억

버림받거나

잊혀지거나

그때서야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들

그렇다고 모두 이별은

그렇다고 모두 잊혀짐은 

또 아닌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것들

벌써

웃음 한번

그게 고작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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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만하는 게 좋겠어            아니야 여기까지가 좋겠어

 더 걸어봐야 쌓여갈 거라곤            더 만나봐야 늘어날 거라곤

 너도 이젠 잘 알잖아            너도 이젠 잘 알잖아

 뭐 사랑도 형편 따라하는 거지            뭐 인연도 형편 따라가는 거지

 걱정 마 나는 이제 괜찮아            상관 마 나는 이제 잊었어

   싫은데도 포기한 게            행복한 척 돌아선 게

  이뿐이고 너뿐이겠니            오늘하루  전부겠니

  그래봤자 흘러가는 강물            어떻게든 살아지는 인생

 지나가는 시간일 뿐일 테니            저물어갈 하루 그뿐일 테니

 그렇지 산다는 게 뭐 별거겠어            그렇지 버텨냄이 뭐 별거겠어

  시간 속에 못 버릴게 얼마라고            잊음 속에 못 지울게 얼마라고

 그렇지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그렇지 살아감이 다 그런 거지

   세월 속에 못 잊을게 또 무어라고            이별 뒤에 못 웃을 건 또 무어라고

   사랑이 뭐 대수겠어            사랑이 뭐 잘난 거라

   이별은 또 별거겠어            이별은 뭐 별난 거라

   등 떠밀려 살기 바빠            발에 채여 살기 바빠

   남들 하는 대로 살다보니            남들 가는 데로 걷다보니

   남들 다 치러내는 이별 그뿐인 것을            남들 다 앓는다는 감기 그뿐인 것을

   잠깐만 사랑했었단 말해야 하나            미안해 사랑했었단 말해야 하나

    아직 거기서서 무얼 더 기다리니            이런 나를 보고 무얼 더 기대하니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좋겠어

더 걸어봐야 쌓여갈 거라곤

우린 너무 잘 알잖아

사랑도 인연도 형편따라

피고 지는 거지

나는 여기까지라 어울려

이쯤이라야 어울려 나는

-----

김민정 ... 스킨스의 한나머레이 같아

`참 ~ 지랄스럽네`... 마치 WoW처럼

 

민준훃 ~ 나도 떠나고 싶소

지금 시간, 온맘에 고스란히 녹이고 돌아올 그날 멋진 연기를 보여주길

세월을 먹는 게, 시련을 먹는 게 그것도 먹을 때 아주 맛나게~ 무릇 배우란 그런게 아닌가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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