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우릴 천박하게 만드는 가

 

가난 그 구질구질함이

행복 그 뽀송뽀송함이

 

그렇게 벗어난 가난은 결국

그렇게 얻어낸 행복은 결국

 

공으로 공을 쌓는

하지 않음으로 할 수 있는 최대의 보상

 

양심을 지킨다는 것은

 

차라리

무로 무롤 빗는

갖지 않음으로 갖게 되는 최대의 보상

 

염치를 차린다는 것은

 

먼저 사람이어야 가능한 것들

먼저 사람이어야 가능한 짓들

 

/

 

인적 없는 푸름 속에

딱 멀지도

가깝지도 않는 그곳에

바람벽 반듯하게

볏짚을 엮어 올려

조수는 밤낮으로

신기한 듯 찾아와

삽작을 여닫고

바람인가 나가보면

줄행랑 푸는 놈과

쭈뼛끔뻑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나를 보는 나를 본다

인적 없는 푸름 속에

딱 멀지도 가깝지도 않는 그곳에

살아있다

 

/

 

새살이 돋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흉터가 아물며 나아가는

따지자면 달라지는

그건 어디까지나 겉가죽이어야지

속살이어선 안 된다.

 

빠알간 분홍일 수 있는

유일한 그때

비로소 우린 어른이 된다.

비로소 우린 잡것도 된다.

 

당한만큼 아는 세상이란

져본만큼 보는 세상이란

하늘아래 없다

 

자연은 성을 지켜 나무다

하물며 사람은 

 

/

 

적위로 이룬 비단길 위

그 안온 속에 길러진 철부지 하나

끝내 빛깔고운 결국 향기로운 꽃이 되었구나  

 

적위로 이룬 광명아래

그 온실 속에 예쁘게 가꾼 꽃 한 송이

그 향기에 그 아름다움에 취해 사는 놈이 되었도다

 

세상은 네가 가진 빛깔로만

그려 보이고

세상은 네가 가진 향기로만

색을 덧씌우는데

 

너는 어디를

너는 무엇을

찾아 헤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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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年 1. 1

 

한참 안 보이길래 `갔구나` 하고 생각했던

어느 병신에게서

술 한 잔 하자고 전화가 왔다.

 

갈까말까

날도 추운데 귀찮은데...

방바닥 문질문질 뒹굴다 `ㅅㅂ 그래도 새해인데..` 하고

병신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갔다.

 

병신은 역시

지를 닮은 병신같은 술집에 홀로 앉아 벌써

소주를 두 병이나 까고 있었다.

 

손을 비비며 들어온 날 보고 병신은

`여~ 오늘 존나춥지?` 하며 변치않을 그 병신웃음을 보였다.

"그러게 ㅅㅂ .. 존나춥네 길바닥은 다 얼어서

ㅅㅂ .. 너 보러 오다가 미끄러져 골로갈뻔 했다." 하며

대충 좋같이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우린 술을 쏟아 넣었다.

 

실컷 씨부리고 있던 병신을 보다 갑자기 난

"야 새해 소망이 뭐냐?

그게 뭐든, ㅅㅂ 내게 남은 행운 뚝 ~ 잘라줄 테니

너라도 좀 행복해라..."라며 이야기 하곤 

이 말은 진심이란 걸 알아주길 바라며

건배를 청했다.

  

그러자 그 병신은

이미 맛탱이 반 쯤은 간 눈깔로 날 희끄무레 바라보더니

씨익 하고 변치않을 그 병신 웃음을 잠깐 보이곤

뭔가 대단한 신년계획이라도 세운 듯

한 잔을 알차게 털어넣더니

" 아...ㅅㅂ

팔다리 하나 짤려도 좋으니

올해는 좀 ㅅㅂ 돈 좀 존나게 생겼음 좋겠다...` 라고 했다.

 

그 병신의 말은 참으로 병신 같았지만

왜 그러냐고

지랄 말라며

좋같은 소리 달나라 가서 하란 말도 하지 못 했다.

 

동태눈깔였던 그 병신의 눈이 빨개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병신 보다 더 진지한 어투로

"그래 소원성취 하길 바란다." 라고 했다.

 

병신과 난 몇 잔을 더 말 없이 마셨다.

그러다 너무 조용함을 참지 못 했는지 병신이 내게 물었다.

"넌, 새해 뭐 .. ㅅㅂ 빌었냐?"

 

난 말했다.

"아니 그런 거 없어

난 아무것도 안 빌었어." 라고

 

병신은 발동이 걸렸는지 자꾸 2차를 가자고 했다.

난 개소리 말라며... 이젠 그렇게 처묵다가 길바닥에서

동사한다고 택시를 태워서 보냈다.

 

병신은 새해 ...

아니다 알고 싶지도 않다.

병신새끼 ...

 

맞다

우리 모두는 그 누군가에 필연적 병신일 뿐이다.

그니까 이 좋같은 새끼들아 저 병신 좀 2015년에 좀 굽어살펴주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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