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되는 상황은 끝내 고착되어 굳어간다.

그게 무엇이건 나름의 얼굴을 가지고 낯익은 환경을 만들며, 끝내 포기를 가르쳐준다.

그 속에서의 일상은 혼돈 없는 숨막힘, 그건 마치 바람에 깎이는 모래언덕 뒤 경사면을

따라 움푹 파여 가는 그림자와 같다.

그대로 영영 가라앉아가야만 하는, 불어오는 상황에 깎여만 가는 어쩔 수 없음이다.

 

그런 바람이, 그런 나날의 계속 된 겹침은 내겐 이제 익숙한 배경

그건 풍경과도 같아서 그 속에 내가 없는 그림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분명 그 옆을 지키고 있어야할 것 같은 익숙한 어울림은, 이제 행복 옆에 내가 선다 해도

 그저 쓸쓸해 보이는 흑백일 뿐이다.

 

어딘가 있는 하루를 먹고 사는지, 분명히 있는 내 하루를 먹히고 살아가는지

이 모든게 어지러워 견딜 수 없지만, 그게 이젠 내게 어울리니까

그 아닌 속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 할 수 없는 사람이 돼버렸으니까

그게 이젠 나이니까

 

점점 더 시간을 위로해줄 추억이란 핑계도 떨어져가고

그래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얼굴들은, 그렇다 인정해버리

곧 무너지고 말 푸석한 모래성에 갇혀버린 내가 꾸는 이뤄지지 않을 꿈

하여, 포기는 한숨을 부르고, 그 한숨은, 그래 이게 나란 걸 한번 더 알려주고

하루에 하루를 더한 시간만 그 위를 흘러갈뿐. 


 

그렇다 살아지다 보면 그럴수만 있다면, 차라리 세상에 나지 말았더라면 할 때가 있다.

그 마음 돌아봄이란 없다.

지내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비참할 테니

그 시간에 둘러봄이란 없다.

지내온 날보다 달라질 것 없을 내일이니까

 

그 누구도 보고 있지 않다. 어느 담벼락 붙잡고 쓰러진다 해도

어느 모퉁이 구역질에 멀건 억울함 쏟아낸다 해도

그렇게 쓰러져 죽어버린다고 해도, 그 누구도 보고 있지 않는 것이다.

 

지독한 것은

바로 외면이 아닌

분명 그 외면은 아닌 것 에 있 다

 

그래 살아지다 보면, 차라리 세상에 오지나 말 것을 할 때가 분명있다.

아무렇게 떠내려가다 보면 엄청시리 쌓여있을 나와 같은 부유물에 걸려 어딘가

멈추겠지. 그런 그들과 만나 내 상처를 보이고, 또 나와 비슷한

흉터를 가진 자들을 감싸안으며

행복이란 빛줄기를 기다리다 무작정 말라비틀어져 갈 테지

 

지독한 것은

바로 소외가 아닌

분명 그 소외는 아닌 것 에 있 다

 

변화란 더는 내 것이 아닌 그때, 살아짐이란 시시하다.

더는 내 것이 아니라고 느낄 때 희망은 시시하다.

 

그래도 나는 나빠지지 않았어

그래

나는 나빠지지 않았어

착하다며 쥐어주겠지 

사탕하나

그때까지 난, 나빠지지 않을거야

 

하늘만 그저 하늘만 올려보겠지

두 개의 물음표 쉼 없이 


 

세상을 살아지다 보면 차라리 오지 말 것을 보다 못한 때가 있어

그 시간이 너무 길어 이젠 그조차 무덤덤해질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배고픔에 미칠 것 같은 부끄러움이

잊지않고 찾아오는 쓸쓸함에 미칠 것 같은 부끄러움이

그래도 난, 나빠지지 않을거라고

붙잡고 있는 한가닥 놓쳐버리면, 그땐 정말 안녕이라고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그만인 그땐 정말 이별이라고

 

그런 넌, 단지 너무 멀리 떠내려왔을 뿐이야

그래 넌, 단지 너무 오래 걸어 지쳤을 뿐이야

 

지쳤어 같은 하늘도

그래서 더 억울할 것 없는 내일도

내게 있어 그건 언제나 같은 반가움들

 

그저 편히 눕고만 싶어

단 하루라도 좋으니

꿈꾸지 않는 깊은 잠을 이루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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