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직
철들자 그렇게 인생 하직
그래도 어둠에 갇힐 때
잘 살다 가노라고 웃을 수 있기를
끝까지 위선
그 비열함이여
찬란한 붉음의 꽃을 내 무덤에 던져주길
운 좋아 씨앗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걸랑
지나며 한 줄기씩 꺾어가기를
내 팔다리 잘라가듯
썩어빠진 육체라도 그 고통 내게 주길
사람아
부디 그리해주기를
위선과 비열함의 나에게
그렇게 벌주기를 바라노니
묘비명 따윈 버리고
찔레를 심어 그 뿌리와 가시가
냄새나는 내 몸뚱이 찌르고 할퀴어
피 한 방울까지 모조리 뿜어내게 하기를
사람아
부디 그리해주기를
어리석음과 후회 속에 피고 진
추악하기만 했던 내 인생에 벌주기를 바라노니
그 땅도 필요 없고
그 불꽃도 과하니
들녘에 뿌려
금수의 이빨 아래
또 한 번 산산이 갈라져
동서남북 어디에도 찾을 수 없게
소멸 되어 버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