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을 간다는 것은
세상 모든 걸 등지는 것과 같다
나의 길을 간다는 것은
세상 모든 길 눈물 심는 것과 같다
나의 길을 간다는 것은
나는 가질 수 없는
이상을 그리는 길이다
나의 길을 간다는 것은
나는 걸을 수 없는
꽃길을 가꾸는 길이다
나의 길을 간다는 것은
시간을 밟고
시간을 기다리다
시간에 잊히는 끝이다
나의 길을 밟고
저기 오는 이여
나의 길에서 내려오라
`동학`이후 일백여 년, 아직도 면천되지 못한 자들
일찍이 노비문서는 불타 없어졌건만 `색`까만 그을음 온몸에
뒤집어쓴 채 떠도는 낮도깨비들의 나라 대한민국
곧 죽을 듯 숨이 차 헐떡이면서도
그저 좋은 주인을 만나기 위해 꼬랑지 살랑이며
모난 돌이 될까 잘난 혀가 될까 두 눈만 끔뻑이며
인생사 뭐있냐고 그래도 개똥밭이 좋다고
사람팔자 다 타고나는 거라고...
`왜`라는 물음표하나 가슴에 하나씩만 품고 살았더라도 세상은
`왜`라는 느낌표하나 두 눈 부릅뜨고만 살았더라도 세상은
적어도 세상은
`왜`라는 그 안경을 쓰고 세상을 걸었더라면
못해도 네 팔자는
침묵이 네 담장을 넘고
외면이 네 방문을 두드리며
희생이 네 두 손을 잡아끌 때
개처럼 넌 꼬랑질 흔들어라
설탕물에 악다문 네 송곳니는 그 손을 물을 수 없고
사료밥에 악다구니 네 발톱은 그 몸을 할퀼 수 없을 지니
그때 너
허연 배를 까뒤집어 내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