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다

슬퍼하는 자 없는 건

분명 저기 버리고

숨차게 시간을 늙어가기 때문

 

버려온 잊어온 것들로

빚은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건네고 받은 것들로

빚은 지금의 나는

 

그 숨 막힘으로부터 도망쳐

끝내 숨이 막히고

 

그 찬란함으로부터 도망쳐

끝내 눈을 뺏기고

 

힙겹게 세상을 맴도는 자 되어

억세게 인연을 더듬는 자 되어

 

 

나는

내가 버린

행운을 줍고

신이 난 아이

내 것이었던

잊어버린 것을 보고

아련함에

슬퍼진 늙음

도무지 알 수 없는 건

이토록 찬란함

버린 자는 누구

 

 

눈부시게 아름다운 건

모두 슬프다

그 눈부심에 드리운

그늘에 쉬려는 자

모두 슬프듯

 

눈부시게 반짝이는 건

때론 슬프다

그 반짝임에 가려진

진실을 마주한 자

모두 슬펐듯

 

그건 그냥 그러할 뿐인데

그래

그건 그냥 그러할 뿐인데

 

다가서는 두 눈만

헐떡이는 두 손만

 

 

꼬마인형의 목을 비틀었다

어제

잠자리날개를 떼어냈다

내일

젖먹이 강아지의 배를 갈랐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제

어제

그리고 내일 나는 그녀의 뱃속을

그리고 내일 나는 그녀의 자궁을

  

오늘 나는 그를 사랑할 뿐이다

오늘 나는 그를 사랑할 뿐이다

 

 

선함에 있다

네가 그른 건

나는 아님에 있다

그래서

나도 아무렇지 않아

나는 나의 주인이니까

그래서야

그래

나도 그깟 상처는

나도 그깟 눈물은

참고 숨기며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으니까

 

내가 이런 건

순수에 있다

네가 그른 건

너무 나와 같기 때문

그래서

너도 아무렇지 않아

너는 나의 주인이니까

그래서야

그래

너도 그깟 흉터는

너도 그깟 추억은

잊고 감추며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을 테니

 

 

절대로 나뉠 때

그 끝은

어떤 모습일까

조금 전까지

구별이 없을진대

이제부터

너는 선하다

이제부터

너는 악하다

금방까지

하나였을 것에

이름 붙이는

너는 또 무어라고

그리 부르라하는가

따르라하는가

 

 

죽을 만큼의 사랑이란

죽일 만큼의 사랑이다

 

바로 그때

온전한 사랑이

완전한 사랑이

 

어쩌면 사랑은

그래서 사랑은

애초 인간의 것은 아니다

 

사랑하니 이별이라고

이별 또한 사랑이라고

 

그게 고작인 사람이

그게 전부인 사람이

 

바로 지금

살아가며 사랑하고

살아가며 이별한다

 

죽을 만큼 누군가를 사랑하며

죽일 만큼 누군가를 사랑하며

 

 

많은 말이 필요없다

그건 단순해서가 아니다

어떤 말도 필요없다

직관이란 송곳처럼

너를 찌를 테니

 

많은 말이 필요하다

그건 복잡해서가 아니다

어떤 말도 소중하다

직관이란 순간처럼

너를 스칠 테니

 

난 벌써

너를 찔렀고

너를 스쳤다

 

 

벼랑 끝 매달림은

언제나 남겨진 자의 몫

순수는 금세 떠나버리기에

거기 넋을 놓고 울어본들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돌아온 그것은

이미 그것이 아니므로

 

벼랑 끝 매달림은

언제나 외면한 자의 넋

순수는 금세 떠나버리기에

거기 바위 되어 기다린들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불어온 그것은

아까 지나간 것이 아니므로

----

 

그것을 보는 우리의 시선과

그것이 우리를 보는 시선

그 접합점에 또 다른 시선

그래서 신이란 걸 만들어 넣었을까 우린

모두 다 그에게 맡겨버리고 자유롭고자

모두 다 그에게 안겨버리고 행복하고자

 

그렇게 점점 살아온 우리와

그렇게 점점 시간을 먹어온 그것은

하늘이 되었고 바람이 된 것인가

그래서 지금 우린 가끔 하늘을 바라볼 뿐인 건가

바람을 느낄 그때 금세 떠나버리는

그것에 대한 배웅고작인 사람이 된 것인가

 

그녀는 순수로 통하는 직관이란 문을 열고 왔다

사랑은 많은 말도 의심도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린 겨우 스쳐 지난 후에라야 알 수 있는

바람처럼 그녀를 떠나버리게 했다

그래서 눈물이란 걸 만들어 놓았을까 우린

모두 다 눈물에 맡겨버리고 자유롭고자

모두다 눈물에 흘려버리고 행복하고자

 

---

 

조보아 1991生

그냥 조보아

그래서 너무 찬란한

저기 어딘가 있을

그대에게 행운 가득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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