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감흥이 일지 않는다.
괜히 그래야할 거 같아서 그래야만 유식해 보일 거 같아서
공손한 척,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런 영화는 단지, 내게 비난. 비판
그게 뭐든 하면 안 될 것 같은 죄책감이란 부담만 줄뿐이다.
적당히 몰려오는 수면에 그냥 잠들었으면 좋을 거 같은데
괜히 그랬다간 `넌, 너무 천박한 아이로구나.` 하는 쌍심지를 마주할 거 같아
무참히 마셔댄 콜라에 코끝 찡해오며 삐져나오는 트림에 똥꼬를 힘차게
오므리며 발끝까지 힘주어 막았다. 그 모습에 내가 웃겨 피식 웃었다가
`저 장면이 도대체 뭐가 웃겨?`란 동그랗게 뜬 질문에
`새끼야. 시끄러워`하는 원망과 핀잔이 섞인 걸 보며 또 움찔했던
그 `씨x스러움`이란
`아니야. 자기야 난 아직 착해` 하며, 들키지 않도록 조금 슬퍼도 기뻐하기도 하며
심지어 열심히 재밌어 하기도 하는 난, 스크린에 나오는 저놈보다 더 훌륭한 배우.
몇 번 만나지 않은 그녀와 있을 땐, 우린 정체를 숨길 필요가 있는 늑대.
스크린 안에서 누가 뒈져나가든지 알바 없는 우린 의무방어전을 멋들어지게 이겨낸 챔피언.
만일 이런 물건을 혼자 있는 방. 새벽 두 시에 마주하게 된다면
`캬~` 그 즐거움이란, 그 진정 자유스러움이란, 온갖 육두문자와 함께하는 그 통쾌함이란.
그리고 끝내 날 편안한 꿈나라로 보내줄 그런 고마움뿐일 텐데
마치 눈밭에 풀려난 세상모르는 개새끼처럼 `왕왕` 짖고 나뒹구는 해방감에 말이지.
그렇습니다. 저는 그저 밥그릇 담길 아침밥이 궁금한 개일 뿐입니다.
그나마 내 눈길을 사로잡은 위안은 `이자벨 알렌` 이라는 저 소녀의 눈동자뿐
그런 그녀에게 미안해서 그리고 표 값은 해야 한다는 본전 생각에
개는 이렇게 똥을 눕니다.
사랑을 간절히 바라지만
절대 그럴 수 없는 코제트여
늪은 깊고
축축이 젖은 치맛자락은
무겁게 그대 발걸음
끌어 삼키고 있다
가시나무 뾰족이 두 손을 뻗어
그대 눈물을 붙들고
이슬 머금은 거미줄
끈질기게 들러붙어
풍성한 머릿결에 묻어난다
새벽은
이슬사이로 숨어
그대의 길을 감추니
슬픈 나의 고제트여
그대 나의 사랑이여
아직도 그것이 전부인양
차일을 펼치고
한 낯의 태양을
가려보지만
그 아래로
잔잔한 바람 귓볼
스치는 상상을 하며
환희의 몸짓 해보이지만
그래도 슬픈 나의 사랑아
그 이름 하나로
이미 슬픈 나의 여인이여
씌워진 굴레
머리 위 곱게 얹고도
아름답기만 한
길잃은 나의 믿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