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것에 머물며

 깨진판에 행운을 던지고는

마지막 한 장 뒤집을 맘도 없이

잔을 비우고 빗속으로 돌아서는

방랑자여

어둠은 아직 먼데 

또 어느 판에 쓰러지려 

비틀거리며 거리를 헤매나

뭐도 물어가지 않을 

낡은 사연에 기대살며 

오지 않을 것에 전부를 걸고

못해 사는 사람처럼

테이블을 두드리며 재촉하는

방랑자여

판은 돌고 모여든 눈빛들은

 패배를 빌며

 잔에 감춘 비웃음 입술을 적시지만

그랬듯 

마지막 한 장 뒤집을 맘도 없이

한모금 긴 연기속으로 돌아걷는

방랑자여

비웃음은 어느 장부에 

외상으로 남기려나

서글픔은 누구 비석에 

송장으로 남으려나

방랑자여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걸으며

파투난 생에 희망을 걸고는

갈림길 앞 하염으로 멈춰버린

 실타래를 잃은 라비린토스의

방랑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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