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CE
자유로를 지나 공리에 들다
一駁
보라
태양아래 산산조각 나는
저 상상의 날개를
요중선 한가운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너 현신이여
번뜩이는 재치는 어디에 두고
잘난 세치 혀는 굳게 다물었구나
살갗을 잃고 떨고만 있구나
책장은 찢어지고
헤매고만 있구나
너 몸뚱이여
너는 지금 햇빛 적당한 그늘에 파묻혀
커피향 묻은 서재에 앉아
무릎 위 반쯤 갈린 책을 걸쳐놓고
파이프 담배연기를 느릿 뿜으며 사색에 잠긴다
명제 그 앞에 너를 놓아보기도 하고
그 뒤에 너를 내려놓아보기도 하고 즐겁다
긴 유희가 태양아래 기울 때
커튼에 알맞게 걸러진 바람을 느끼며
개운하게 깨어나 진리에 한발 가까워졌다 기쁘다
그런 어느 날 맞닥뜨린 상황 앞에 너는 달아나버렸다
그 후로 어느 누구도 널 본 사람은 없다고 하였다
그런 너는 더 이상 파이프에 담뱃잎을 쑤셔 넣을 수 없었고
적당한 그늘에서 태양빛을 즐길 수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분법이란 커다란 틀 속에 갇힌 변증법의 끊임없는 구애
논리 속에 교묘하게 감추어진 눈속임.
하나의 예를, 예를 다해 더 청해본들 이미 그건 답이 정해진 말장난.
서양의 논쟁은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요. 그건 마치 끝없는 끝말잇기를 하는 것과 같다.
그들의 논리는 큰 의미로 두 가지 답을 미리 꺼내놓고 싸우는 시간낭비다.
그게 무엇이든 선과 악으로 귀결된다. 두 가지 답이라 했지만 실은 하나다.
문제를 제기한 게 누구든, 무엇이건 그건 이미 선하거나 악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의 답은 하나라고 단정 짓는 그 행위야말로 위험천만이다.
그건 그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이 한가지라 생각하는 어리석음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잘도 한다. 그들에게 그것은 전혀 새로움이 아닌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신봉하는 종교에서도 문학에서도 넘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생명의 무게는 같거나 셈할 수 없을 정도로 존귀하다.`
주어진 대명제를 그들은 나누어 들어간다. 더는 쪼갤 수 없을 때까지
`모든 생명의 무게는 같다.` 해서 `그 모든 생명은 값으로 환원될 수 있다.`
살펴보자. 곧 죽음 앞에 놓인 `A와 B` 이 둘의 생명의 무게는 같다고 한다면
둘 중에 누구를 살렸을 때, 사회는 이득을 볼 수 있을까라는 값이 매겨지고 생겨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자기모순적인 대명제는 참인가 거짓인가?
그는 여기서 말장난을 시작한다. 자유지상과 공리를 슬그머니 끌어드려서 교묘하게
너희 지적호기심을 자극시킨다. 이 또한 끝은 정해진 논리다. 상반의 충돌은 기호에 따라
시대에 따라 그 요청에 따라 얼마든지 변한다. 그건 지금 당장 그것이 `옳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없는 숙제와 같은 것이다.
지구상 모든 인류가 내일 사라진다고 할 때, 그 하루전날에서나
용감한 누군가가 있어 `그건 맞다. 틀리다.` 외친다 해도 해결이 될까 말까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은
각성이다. 각자의 기호에 맞게, 자라온 환경에 맞게 멋대로 취사선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앞으로 그런 삶을 살아가게 할 뿐인, 그러나 그렇게 만들기 위해 그가 든 예는
너무 비루하고 천박하다.
거들어 가벼이 하다
거들어 맴돌게 하다
-
가벼워 나르게 하다
가벼워 떠나게 하다
____________________
= 새롭다는 것은
우린 그저 커다란 흐름 속에 떠내려가는
추를 잃은 부표들이다.
굳이 추를 매달기 위해 손을 번쩍 들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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