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명예를 지금의 화폐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를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생각에 생각을 해내갔다.
결국 그는 깨달았다.
화폐의 대체재란 결국 화폐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것을
헛되이 보낸 시간 원망도 잠시 그는 다시 생각했고
제법 그럴싸한 핑계하나를 찾아냈다.
틀을 바꾸지 않는 한 그게 무엇이든 그 틀의 모양새를
크게 벗어난 무엇도 태어나지도 만들어낼 수도 없다는 것을.
그건 그야말로 너무 거대하고 거대한 공포였다.
그간 그림자처럼 따라붙던 조롱은 비교대상조차 못될 어마무시한 것이었다.
일단 그는 침묵했다.
잔뜩 겁먹은 채 주변을 살폈고 시끄러운 어디든 숨어들었다.
그들인 척.
그는 다시 생각에 생각을 이어갔다.
어디부터였을까
무엇 때문이었을까
잃어버린 것들
어쩌면 두 손 공손히 바친 것들
모두 돌려받으려면 어떻게 어떻게.
시대는 그 준비가 되어있을까
사람은 그 준비가 되어있을까
떠받든다는 것은 꼭 약해서가 아니다.
생태피라미드 정점에 우린 무엇을 그려넣는가
맞다. 떠받드는 존재가 필요했을 만큼 우린 약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자연 그 앞. 정복이란 뽐냄이 불러온 겸손.
그 무지의 용맹함에 우린 명예를 그에게 건넸다.
그 착각의 방자함에 우린 지금을 그에게 건넸다.
그는 생각했다.
우리것이었을 그걸 과연 어떻게 돌려받고
그때의 본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결국 그는 답을 찾아냈지만 침묵했다.
잔뜩 겁먹은 채 주변을 살폈고 번쩍이는 어디든 숨어들었다.
그들인 척.
자유에는 날개가 달려있을까
겸손에는 두발이 달려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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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방자란 바로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다.
엘리트집단의 독점
대의민주의 한계
까놓고 말해 근사한 독재
악은 또 다른 악에 의해서만 단죄된다.
선은 또 다른 악에 의해서만 명제된다.
그러므로 세상엔 악만 남게 된다.
틀을 바꿀 수 있다면
무어라도 좋고 좋다.
무어라도 옳고 옳다.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것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것을
거기 내려놔라. 모두 내놓거라.
너, 그래줄 수 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