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글쪼글 저 할배

구부정 제 몸보다 큰 아이를 

달구지에 싣고 

비틀삐뚫 어데를 가나 

콜록콜록 꼴딱숨 뱉을 기운 없이

된바람 온몸으로 맞으며

다 빠진 어금니 깨물고는

휘청휘청 어데를 가나

 

(2) 짜글짜글 저 할매

꼬부랑 제 몸보다 큰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질질낑낑 어데를 가나

띠띠빵빵 곧바로 건널 길도 없이

장대비 온몸으로 적시며

더 깨진 돋보기 닦아내며

갈팡질팡 어데를 가나

 

(고개 너머 있을 거라는

아리랑 아라리요

저기 돌면 닿을 거라는

늴리리 늴리리요

작년에 봤던 쭈굴탱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참말인 듯 풀어놓는

믿어주는 거짓말들

자식자랑 손주들 안녕을 빌고

걸쭉히 오가는 욕지기에

그랴 니눔 오지게 오백살아

뜨끈히 나누는 대폿잔에

 그랴 니눔 오지게 오백살라)

 

긴 밤 찬바람

군불은 언감생심

펼 줄 모르는 등짝에 

무슨 호강 

한숨 모로 누웠더니 

우풍 찬 소린지

내가 뱉는 쇳소린지

차가웁게 흐르는 게

눈물인지 

얼어붙은 한숨인지

괜히 닦을 것 없는

콧잔등에 미안허네

 

(2) 긴 달 꿈자리

누진세 꽁꽁얼어

펴본 적 없는 팔다리

에구 납작 웅크림에

냉골 찬 소린지

날 부르는 호령인지

시리도록 스미는 게

그대련가

풀지못한 한일런가

가고 없을 빈 공간

뻐친 손이 부끄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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