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해서 못 보는 걸까

다 보여서 깜깜한 걸까

.

.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웃는다

내가 슬픈 공포 속에 허우적거릴 때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솟는다

내가 아픈 슬픔 속에 가라앉아갈 때

 

나는 시작이다

나는 최종이다

 

그래서 언제나 나는 문제없다.

그래서 언제나 나는 걱정없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욕심없다.

 

그래도 나는

하루가 내일이

두렵고 아프다

 

세상은 항상 새롭다

인생은 항상 새롭다

 

그래서 나는

과거와 미래가

두렵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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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글쪼글 저 할배

구부정 제 몸보다 큰 아이를 

달구지에 싣고 

비틀삐뚫 어데를 가나 

콜록콜록 꼴딱숨 뱉을 기운 없이

된바람 온몸으로 맞으며

다 빠진 어금니 깨물고는

휘청휘청 어데를 가나

 

(2) 짜글짜글 저 할매

꼬부랑 제 몸보다 큰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질질낑낑 어데를 가나

띠띠빵빵 곧바로 건널 길도 없이

장대비 온몸으로 적시며

더 깨진 돋보기 닦아내며

갈팡질팡 어데를 가나

 

(고개 너머 있을 거라는

아리랑 아라리요

저기 돌면 닿을 거라는

늴리리 늴리리요

작년에 봤던 쭈굴탱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참말인 듯 풀어놓는

믿어주는 거짓말들

자식자랑 손주들 안녕을 빌고

걸쭉히 오가는 욕지기에

그랴 니눔 오지게 오백살아

뜨끈히 나누는 대폿잔에

 그랴 니눔 오지게 오백살라)

 

긴 밤 찬바람

군불은 언감생심

펼 줄 모르는 등짝에 

무슨 호강 

한숨 모로 누웠더니 

우풍 찬 소린지

내가 뱉는 쇳소린지

차가웁게 흐르는 게

눈물인지 

얼어붙은 한숨인지

괜히 닦을 것 없는

콧잔등에 미안허네

 

(2) 긴 달 꿈자리

누진세 꽁꽁얼어

펴본 적 없는 팔다리

에구 납작 웅크림에

냉골 찬 소린지

날 부르는 호령인지

시리도록 스미는 게

그대련가

풀지못한 한일런가

가고 없을 빈 공간

뻐친 손이 부끄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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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시작과 끝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리움에 외로움에

필요할 뿐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떠났습니다.

 

그 시작에도

그 끝에도 

나는 알았지만

그냥 두기로 했고

이렇게 오랜 기다림만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알았지만

이 이별에 내가

줄 수 있는 것도

그 사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그것뿐이었기에

커피알갱이를 씹으며

늦은 밤 

잠 못 드는 모습으로

무수히 오가는 사람들 속에

바늘 없는 시계처럼

바래가는 까망처럼

그렇게 나는 내일을 기다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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