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유일한 적수는 그림자다      그의 유일한 적수는 시선이다

그에 대한 변은      그에 대한 변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란다      거기에 내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의 유일한 적수는 자신이다     그의 유일한 적수는 행복이다

그에 대한 변은     그에 대한 변은

      그래야 괜찮다는 것이다     그래야 칭찬받는다는 것이다

 

그러한 그의 세상은     그러한 그의 세상은

그러한 그의 마음은     그러한 그의 마음은

 

 단지 내가 본 그는     단지 내가 본 그는 

아무것도 아니며     전부이며 아니다

     그 무엇이란 것이다       그 무엇일까란 것이다 

 

애써 노려보지 않는다면     괜히 비교하지 않는다면 

누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굳이 따라하지 않는다면

 

존재 했는지 모를     존재 했는지 모를

왔다 갔는지 모를     살다 갔는지 모를

 

 

작금에 이르러 가공되지 않은 진실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어느 날 세월이란 먼지를 머금고 있는 사서를 들추다 

거기 나열된 기록을 보며, 그 시대를 가타부타 단정짓는 것과 같다.

사관의 지극히 주관적인 검열에 살아남은 기록을 진실이라 믿는 짓 말이다.

 

범람의 시대 그 물살은 빠르다.

누군가는 너무 많은 정보의 바다 속에 진실이 수장될 것을 걱정했다.

 

범람의 시대, 오로지 나의 걱정은

저마다 스스로를 진실이라 외치며 두 손 번쩍 들고 

첨벙이는 것들 앞에 옥석을 가릴 수 있냐하는 `나` 그 하나뿐이다.

 

가공되지 않은 `사실`이란 존재할까?

사관에 의해 알맞게 걸러진

권력에 의해 알맞게 요리된

또는 시대의 요청으로 다듬어진.

 

그런 모든 것들이 적당한 세월을 먹고 자라나면

누군가엔 사초가 되어 성과를 가져다 주고

누군가엔 모범이 되어 안락을 가져다 주고

누구가엔 해법이 되어 정답을 가져다 주고

 

범람의 시대 그 물살은 빠르다.

그 빠른 `파고` 사이를 들락이는 저마다의 진실을 싣고 나르는

배는 점점 더 빠를 수밖에 없는 지금.

 

나의 더 큰 걱정거리는

빨라진 만큼 `나`의 사고 또한 빠르게 짧아져간다는 것이다.

어쨌건 떠내려갈 수는 없는 것이다 보니.

 

충분한 은유와 함축이 대신할 줄 알았던 세상은

그리고 사람은 하나 둘 사라져가고 그 자릴 보기 좋게 차지한 것은

위트라 추켜세워주는 날림, 그 천박한 가벼움 뿐이라는 것이다.

은유는 시간이 숙성시키는 예술인데 우린 빠름에 그 시간을 빼앗겨버렸다.

 

그 빠름으로 인해 이제 인간은 모든 걸 숫자로 환원할 수 있게 되었다.

소수 이하는 버리거나 반올림 할 수 있을 정도로 천박해진 것이다.

반올림 되어 행복하거나 탈락하여 불행하거나

버려지게 되어 행복하거나 쪼개지며 불행하거나

그게 뭐든 어디로 가든 뭉뚱그려 사라진 `나`는

범람의 시대 여기도 저기도 조각나 넘침에 파 묻혀 흐르게 된 것이다.

`우리`라는 불필요한 소수로

 

내 걱정의 해답은 언제나 

우리 마음속 바로 거기 반드시 `왜`라는

물음표 하나 깎아 돛을 세워 만들고 생을 살아내자는 것이다.

파고와 파장 일엽편주 떠밀려가더라도 

무작정 범람의 시대 포류하진 말자는 것이다.

끝내 뭍에 가닿지 못 하더라도...

내가 개척한 항로가 실패의 길이 아닌

누군가에 사료가 될 수 있도록

마주하는 별-별마다 `왜`라는 닻을 내렸다는 기록을 남기자는 것이다.

 

 

 

 

 

 

 

 

 

 

 

 

동학 이후 겨우 면천한 잡것들의 지랄발광

고작 100여년 아직 불가촉천민의 때를 벗어내지 못 하고

주인님 눈치를 보며 알아서 적당히 기며 사는 인생들

 

족쇄는 불편했다.

족쇄를 닦았더니

노비 중 상노비가 됐다

주인님은 날 어엿비 하시며

노비들은 내 손에 든 채찍을 두려워한다

오늘도 난 열심히 족쇄에 기름칠을 한다.

 

좋은 주인을 만나면 노비처럼 편한 게 없다.

때가 되면 먹여주고 입혀주고 짝도 찾아주고

시키는 것 만 해내면 책임질 것도 없으니.

 

`주인됨`이란...

온전히 내자신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책임이 전부다.

그게 귀찮은 쌍놈들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체와 대체를 모르기 때문에 

하루 처먹을 그게 염려의 고작이며

배때기와 등짝의 거리가 하루의 전부다.

 

있어 보인다 여기는 대상에 무한에 가까운 신뢰와 충성을 보인다.

화이불류치 못 하고 

동이불화 만 하며 시기 질투에 몰두 한다.

끼리끼리 무리를 이루길 좋아하며

언놈 발목에 족쇄가 반딱반딱 빛나는 것에 만 신명을 다해 

결국 울화에 휩싸여 시들시들 앓다 그 생을 다한다.

 

21세기 불가촉천민

21세기 노비종모법

21세기 토지전시과

 

탈락. 탈락. 탈락.

부디 다음생에는 너 아름답기를...

 

 

 

네 상상의 끝이

한 번쯤 들어봤을

때론 희망과

때론 절망의

다른 이름

그게 바로 여이니라

 

단을 높이고

희생을 엎드려 바쳐도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 따윈 없나니

 

그저

무심으로 이루되

공이 없으며

위와 신도 없으니

흠향 또한

네 것이지

내 것은 아니로다

 

허니

성취에 원망 말고

네놈 좆이나 잘 세우렷다

 

하여

승패에 원한 말고

네놈 똥이나 잘 닦으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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